은평 한옥 마을을 걸으며 느끼는 조용한 행복
따뜻한 봄날, 놀면뭐하니 한옥 촬영지로도 유명한 은평 한옥 마을을 걸었습니다. 눈 부신 햇살, 조용하고 단정한 마을의 풍경, 흩날리는 벚꽃 그리고 이따금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 모든 게 완벽했습니다. 걷고 또 걷다 보니 저의 마음은 마을의 풍경과 하나 된 듯 깨끗하고 조용해졌습니다.
북한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버스를 타고 하나고 삼천사 진관사 입구 역에 내렸습니다. 은평 한옥 마을에 들어서자 굉장한 풍경이 두 눈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붓끝에 푸르른 하늘이라는 물감을 찍은 후, 그 밑에 내려 그린 듯한 북한산의 시원스러운 풍경이 보입니다. 산기슭 아래에는 정갈하고 아기자기한 한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직 방향으로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면 하늘, 구름, 산 그리고 한옥의 기와와 흰 벽이 오묘한 색깔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북촌 한옥마을과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북촌이 구도심과 어우러진 고풍스럽고도 자연스러운 느낌이라면 은평 한옥 마을에서는 새것이지만 드넓은 자연에 하나로 스며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오직 이곳에만 존재하는 풍경입니다.
은평 한옥마을은 2012년부터 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개발되었으며 2017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현대식 한옥마을로 대부분의 한옥에 개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옥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주민분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거리를 걷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만들어진 관광지에서 느낄 수 없는 사람의 숨결과 삶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습니다.
1일 1잔, 장인의 예술 작품
한참을 걷다 보니 목이 마릅니다. 한옥마을 한편에 위치한 카페 1일1잔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갈하고 모던한 5층 건물인데 옥상은 우리의 기와로 꾸며놓았습니다. 보기에 어색함이 없이 매우 조화롭습니다. 현대적이지만 한국적인 은평 한옥마을의 정수입니다. 분명 새것이지만 오래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건 따분하게 느껴져서 시원한 오미자차를 주문하였습니다. 10분 남짓을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또 한 번 놀랬습니다.
기다림이 필요한 이유를 금세 깨닫습니다. 눈앞에 작지만 오래된 세상이 펼쳐집니다. 고풍스러운 마루 위에 꽃잎을 닮은 개다리소반이 소박하게 서 있습니다.
원래 쇠로 만든 놋그릇이 오래된 나무와 한 몸처럼 조화롭게 놓여있고 그 곁에는 흰 빛깔의 다기가 주둥이를 내밀고 있습니다. 놋그릇과 다기 안에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들이 맛깔나는 모습으로 담겨있습니다.
샛노란 꽃잎 덕분에 느껴지는 생명력은 화룡점정입니다. 옛날 사진처럼 멈춰진 마루 위의 세상에서 혼자만이 펄떡이듯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눈과 혀로 느껴지는 예술작품을 저만 먹고 마시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스치듯이 떠오릅니다.
배를 채우고, 또 마음을 채우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한옥 마을 근처의 진관사와 북한산 마실길을 다시 걷습니다. 오손도손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가족들이 보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무릎도 안 아픈지 돌로 된 길을 뛰어갑니다.
그러다 아주 낮은 곳에 아주 작은 꽃에 눈길이 갑니다. 이름도 모르는 작은 꽃이 귀엽습니다.
정말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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