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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지키는 습관/국내 여행

디테일이 살아 있는, 천호 근처 고기 맛집, "시집"

by 호박C 2021. 5. 27.

"시집", 강동역 천호역 근처 돼지구이 맛집 추천

남한산성 둘레길을 완주하고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환승을 위해 강동역 근처에서 내렸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구글 지도를 통해 리뷰를 보고 식당을 선택했습니다. 

 

결론은 대만족입니다. 사실 포스팅할 생각이 없었기에 처음엔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먹다 보니 점점 예사 식당이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식사를 끝낸 후 개인적으로 많은 걸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분명 성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깨달은 바를 기록하기 위해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포스팅을 할 생각이 없어서 한참 밥을 먹은 후에 사진을 찍어서 정돈되지 않은 사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구글 지도 평가

구글 지도 기준 평점 4.5입니다. 평가자가 154명으로 표본도 충분합니다. 저만 만족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죠. 저도 평점 4.5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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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는 지하철 강동역과 천호역 사이에 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포스팅 마지막의 네이버 지도 링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하나의 작품, 시집

 

식당은 문 앞에서부터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고깃집 같지 않은 모던한 익스테리어입니다. '시집' 로고 역시 예사롭지 않습니다. "글 대신 식감으로 읊는, 세상 가장 낭만적인 맛"이라는 슬로건이 찰집니다. 왜 고깃집이 '시집'인가라는 의문에 착실히 답하면서도 확실하게 이곳은 다르다는 것을 우리에게 설명합니다. 물론 브랜딩만 요란한 곳은 부지기수입니다. 겉치레는 고깃집의 본질이 아닙니다. 맛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맛도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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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살, 꼬들살, 삼겹살, 가브리살, 껍데기가 주 메뉴입니다. 목살 1인분, 꼬들살 1인분, 청국장, 김치말이 국수, 간장 버터 밥을 주문했습니다. 물론 소주 한병도 시켰습니다.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메뉴판에도 주인장의 디테일이 느껴집니다. 메뉴판이 자석으로 되어있어서 주문을 한 뒤 테이블 옆에 붙일 수 있습니다. 이것의 효과는 두 가지입니다. 일단 이쁩니다. 두 번째 메뉴판을 달라고 종업원을 부를 필요가 없습니다. 가게 입장에서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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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을 싸 먹을 수 있는 차림상은 적당합니다. 기본적인 세팅 이외에 명이나물과 멸치액이 눈에 띕니다. 멸치액에 고기를 푹 찍어 명이나물에 쌈을 싸서 먹어보니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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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랬던 부분은 종원원이 테이블에서 고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구워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고기는 남이 구워줘야 제 맛입니다. 구워진 고기를 한 점씩 철망이 올려진 접시에 담아줍니다.

 

전문가가 굽다 보니 타지 않고 적당하게 구워졌습니다.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씹으면 쫄깃하고 육즙이 살아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먹던 흑돼지 맛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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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도 맛있었습니다. 꼬릿 한 냄새는 별로 안 나면서도 진한 맛이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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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밥도 시켰지만 사진을 찍기 전에 순식간에 비웠습니다. 원래 저에게 처음 도착했을 때에는 가득한 밥에 버터에 간장을 넣고 계란 프라이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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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의 또 하나의 디테일은 언제나 갓 지은 밥이 나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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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말이 국수는 평범했습니다. 엄청 맛있지는 않았지만 먹을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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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는 고기와 계란밥으로 쌈을 싼 후 한 손으로 들고서 다른 한 손으로는 저와 소주잔을 부딪칩니다. 소주를 마시고 "캬~"소리를 낸 후 쌈을 입에 넣습니다. 청국장을 한술 뜨고 나서 김치말이 국수도 입에 넣어줍니다. 먹을 때 그녀의 행동에는 빈틈이 없습니다. 바쁘지만 번잡함 없이 정돈된 체계가 있습니다. 제가 소주잔을 들면 이미 그녀는 한 손에는 쌈을 한 손에는 소주잔을 들고 있습니다. 맛에 심취한 그녀의 몸동작은 하나의 예술입니다.

 

이곳의 종업원들도 정돈된 체계가 있었습니다. 손님이 많고 고기까지 구워야 하면 할 일이 많아 번잡하기 마련일 겁니다. 분명 다른 식당이면 큰소리가 오가고 동선이 꼬일 텐데 신기하게도 동선이 정돈되어 움직임에 막힘이 없습니다. 주방과 테이블, 사장님(또는 리더?)의 역할 분담이 물 흐르듯이 이어졌습니다. 그 때문인지 손님은 많지만 테이블이 회전이 빨랐습니다.

 

사장님이 뜨거운 찌개를 나를 때 "조심, 조심, 조심"하고 크지고 작지도 않은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수차례 보았습니다. 디테일입니다. 이런 디테일이 모여 생산성이 높아지고 같은 가격에 높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합니다.

 

"시집"이라는 브랜드는 가게 곳곳에 박혀있습니다. 종업원들의 앞치마, 밥솥 위 냅킨 박스, 심지어는 주방의 고기를 보관하는 냉장고에까지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아이템들의 모양은 독특합니다.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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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에 가서 기대하는 바는 "맛있는 고기를 편하게 좋은 분위기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먹는 것"입니다. 시집은 이런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대를 넘어섭니다. 이번 포스팅에 일일히 설명하지 않은 수많은 디테일이 있었습니다. 직접 가보셔서 발견하셨으면 합니다.

 

"이곳이 왜 시집인가요?" 평소 말 걸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제가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에게 물었습니다. 

 

"한자에 돼지 시(豕) 자가 있더라고요."

 

집으로 돌아가면서 혼자만의 상상을 했습니다. 고깃집 창업을 생각하던 사장님은 어느 날 돼지 시(豕) 자를 발견하고서는 시집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습니다. 꿈을 가진 사람들은 알 겁니다. 그게 얼마나 두근거리는 순간인지요. 

 

그리고 오늘 저는 시집이라는 아이디어가 사장님과 종업원들을 통해 어떻게 발전했는지 직접 보고 맛보았습니다. "시집"이라는 표지에 어울릴만한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었습니다. 전 그렇게 느꼈습니다. 

 

요식업과는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상상으로만 그쳤던 저의 수많은 꿈들이 기억났습니다. 저도 꾸준히 노력하겠다 다짐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바꿀 그때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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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리뷰 336 · ★4.56 · 천호 고기집 시집에서 진짜 맛있는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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